ㅡ 최윤은 눈을 질끈감았다. 코를 찌르는 살이 썩어들어가면서 나는 냄새와 말라붙어버린 피냄새가 역했다. 감았던 눈을 뜬 윤은, 자신이 살고있던곳이라고는 생각되지않을만큼 황폐해진 마을에 입안이 썼다. 정확히는 언제부터 벌어진일인지는 모르지만, 어느날 갑자기 죽은자가 살아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흔히 사람들이 영화에서만 나올법한, 좀비라는 이름으로. 이제는 ...
박일도가 사라진후에는 빙의된 사람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었다. 그 이후로는 구마의식을 할 만큼 강한 악령에 빙의된사람이 나타나지않아 교구는 그저 기도를 드리고, 상담을 청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저 그런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었다 요즘 교구에서 뭐하냐는 윤화평씨의 물음에 그대로 얘기하니까,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기에 왜냐고 물었다. 그저 믿기지않는다고. 그렇...
자고있는데 들려오는 앓는소리에 화평이 두눈을 반짝 떴다. 습관적으로 돌린 고개에는 최윤이 등을 돌린상태에서 잔뜩 웅크리고있었다. 이불을 걷어보니 달빛에 비쳐 최윤의 하얀얼굴이 더 창백하게 빛났고 이마는 식은땀이 잔뜩 나고있어, 화평이 몸을 벌떡일으키고 최윤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안절부절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화장실로가 하...
최윤… … 화평은 두눈을 번쩍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숨이 잘 쉬어지지않는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미친듯이 느껴지는 갈증에 냉장고로 달려가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분명 아주 중요한 꿈을 꿨던거같은데 기억이 나질않았다. 매번 이런식이었다 꿈속에서의 나는 무언가를 찾고있는것처럼 매번 달렸다. 달리고, 달려서 손안에 잡힐때쯤 연기처럼 사라지는 무언가를 찾고있었...
화평은 주머니를 뒤져 나온 돈으로 간단히 방을 잡고서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씻고 나왔다.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처음 과거로 돌아온 날부터 벌써 3일이란 시간이 흘렀고, 화평은 직접나서서 무언가를 한다거나 하진않았다. 그저 최윤이 집에서나와 학교가는모습이나, 학교끝나고 학원가는가는모습, 학원이 끝나고 집에가는걸 멀리서 지켜보고있었을 뿐이었다. 윤이 학...
" 이게 대체 어떻게된.. " 눈을떠보니 너무나도 낯이익은 장소였다. 맨처음 박일도가 나타났던, 동쪽 바다. 어안이 벙벙해졌던 화평은 멍하니 주저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만약, 정말 다시 되돌아온거라면. 꽤 긴 거리였지만 지금만큼은 그렇게 오래걸린것같지않았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거세게 뛰는 심장이 아파왔지만 뛰는걸 멈추지않았다. 낯익...
으으, 머리가 욱신거리며 온몸이 미친듯이 아팠다. 온몸이 솜이 물에 잔뜩 적셔놓은것처럼 무겁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떴지만 초점이 잘 맞지않아 여러번 다시 눈을 감고 뜨길반복했다. " 어서 윤화평이 일어나야 .. 윤화평!! " 문이 열리는소리와함께 우당탕탕 소음을 내며 다가온 길영이, 화평의 손을 꽈악 잡았다. "야 너 괜찮아? 어...
피곤함에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도착한후에 비밀번호를 눌렀다. 느리게 눌린 숫자번호를 생각하고는 잠시 웃음이 났지만, 안에서 기다릴사람이 있다는게 마음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1102' 윤화평의 생일이자 그동안 매년을 아무런 축하도 말도, 아주 사소한 선물도 받아온것 없이 살아왔다는 말에 곧장 자신의 집 비밀번호 부터 바꿨었다. 그리고 같이 살기시작할때...
새벽이 깊고 깊은, 한치앞도 보이지않을 만큼 어두컴컴한 새벽에 침대위에 누워있는 한 사람이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이라도 꾸듯 뒤척였다. 잠귀가 밝은 화평이 옆에서 끙끙거리며 앓는 신음소리에 파득 몸을 일으켜 제 주위를 살펴봤다. "신부님, 괜찮아? 어이 최윤. " 최윤을 흔들어서 깨우자, 최윤이 부스스하게 눈뜨고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미안하다며 사과하고선 ...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술집안을 가득 채웠고, 술집안에는 사람들의 말소리, 술집에서 나오는 노래소리가 잔뜩 흘러나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만들었다. 한명은 검은 사제복을 입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가며 앉아있었고, 한명은 박시한 티셔츠에, 옅은 청바지. 한묶음으로 묶은 머리가 조금은 부시시했다. 남은 한명은 하얀색 맨투맨티에 편하게 입은 바지와, 갈색 ...
같이 살기라도 하듯이 매일 매일을 자신의 집에와서 죽치고있던 최윤이, 교구에서 급히 찾는다는 말을 듣고는 나갈준비를 하는데,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냐고 묻자 최윤은 대답했다. '박일도 만큼은 아니지만 큰 귀신이 나타났다.' 라고 짧게 대답해주고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한후에 집을 나섰다. 설거지를 하고있던 화평은, 기름이 잘 닦이지않는 접시를 빡빡 문지르다가 ...
"가지마요, 윤화평씨." 자신의 말은 들리지도않는지 앞으로 걸어나가는 화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외쳤다 "가지마, 윤화평!! " 앞으로 걸어나가는게 아니라 칠흑같이 어두운밤, 검디검은 바닷속안으로 들어가는 화평의 모습에 윤은 애가탔다. 쫓아가다가 넘어져도, 화평을 잡으러 달렸다. 겨우 화평을 따라와 붙잡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화평의 온몸에 최윤은 안색이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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